영국 자동차 브랜드 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은 럭셔리, 전통, 우아함이다. 그중에서도 애스턴 마틴은 단순한 럭셔리카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전 세계가 전동화로 향하는 지금, 럭셔리 브랜드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애스턴 마틴도 이제 전기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맞이하며 과감한 변화를 선언하고 있다.
나는 최근 모터쇼와 자동차 업계 관련 취재를 하면서 애스턴 마틴 관계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과연 이 전통의 브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전동화 시대를 헤쳐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래서 오늘은 애스턴 마틴의 전기차 전환 스토리, 그리고 화제의 모델 Valhalla, Valkyrie, 미래 전략까지 한 번에 정리해보고자 한다.
애스턴 마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애스턴 마틴은 내연기관 엔진, 특히 V8과 V12 엔진으로 대표되는 고성능 차량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바람은 빠르게 변했다.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 고객들의 인식 변화, 그리고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애스턴 마틴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유럽연합의 CO₂ 규제는 럭셔리 브랜드들에게 상당히 큰 압박이었다. 고출력 차량일수록 탄소 배출량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하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간다.
실제로 애스턴 마틴은 지난 몇 년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나도 현장에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하며 절실히 느낀 점은, 지금의 전기차 전환은 단순히 '트렌드'가 아니라 브랜드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전기차로 향하는 애스턴 마틴의 로드맵
애스턴 마틴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전동화 전략을 발표했다. CEO 로런스 스트롤은 모든 신규 모델 라인업을 점차 전기차 혹은 하이브리드로 전환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먼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환하며 전기 파워트레인 기술을 축적하고, 2025년 이후부터는 순수 전기차 출시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 애스턴 마틴의 전략이다.
내가 흥미롭게 본 부분은 애스턴 마틴이 '빠르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전기차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애스턴 마틴 Valhalla – 슈퍼카 전동화의 신호탄
애스턴 마틴의 전동화 계획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 Valhalla다.
Valhalla는 애스턴 마틴이 내놓은 미드십 엔진 슈퍼카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한다.
- 엔진: 4.0리터 V8 트윈터보 + 전기모터
- 총 출력: 약 950마력
- 0→100km/h: 약 2.5초
- 예상 가격: 한화 약 16억 원 이상 (유럽 현지 기준)
애스턴 마틴은 Valhalla를 단순한 하이브리드 차량이 아니라, 전기 파워트레인의 미래 기술 시험대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Valhalla의 설계에는 레드불 레이싱의 F1 기술력이 반영돼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저속에서는 전기로만 구동이 가능하고, 고속에서는 V8 엔진이 폭발적인 힘을 뿜어낸다.
특히 950마력이라는 수치는 슈퍼카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스펙이며, 공력성능(CFD 설계)까지 최첨단이다. 나는 작년에 영국 현지에서 Valhalla의 프로토타입을 가까이서 봤는데, 카본 모노코크 차체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질감과 초저상 설계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Valkyrie – 하이퍼카의 정점에서 전기기술을 시험하다
애스턴 마틴이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면서 또 하나 내놓은 초고성능 프로젝트가 Valkyrie다.
Valkyrie는 단순히 빠른 차가 아니다. 사실상 F1 머신을 도로 주행 가능하게 만든 하이퍼카다.
- 엔진: 6.5리터 V12 자연흡기 + 하이브리드 시스템
- 총 출력: 약 1,160마력
- 0→100km/h: 약 2.5초 이하
- 가격: 최소 40억 원 이상
Valkyrie의 개발에는 레드불 레이싱의 에이드리언 뉴이가 참여했다. 뉴이는 F1 공력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Valkyrie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저속 주행과 주차 시에는 조용하고 배출가스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V12 엔진이 비명을 지르듯 울부짖고, 하이브리드 모터가 폭발적인 토크를 더해준다.
나는 Valkyrie가 단순히 소수 부자들을 위한 장난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모델은 애스턴 마틴이 앞으로 개발할 순수 전기 하이퍼카의 기술적 기반이 되는 실험실 같은 존재다.
순수 전기차의 데뷔는 언제?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애스턴 마틴은 2025년 이후로 순수 전기차의 본격 데뷔를 예고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모델명이나 스펙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스포츠카뿐 아니라 SUV 라인업에도 전기차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DBX의 전동화가 예상된다. 애스턴 마틴은 이미 DBX의 플랫폼을 전동화가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있어, 순수 전기 SUV는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다.
애스턴 마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첫 순수 전기차는 성능뿐 아니라 고급스러운 실내 마감과 브랜드 특유의 디자인 언어를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단순히 테슬라 같은 전기차가 아니라, 애스턴 마틴이기 때문에 가능한 럭셔리 전기차가 목표다.
전기차 시대, 애스턴 마틴의 브랜드 가치
많은 애스턴 마틴 팬들은 전동화에 대해 불안감을 표한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폭발적인 엔진 사운드와 전기차의 정숙함 사이에는 분명히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Valhalla와 Valkyrie에서 보여주듯,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이미 내연기관의 즐거움을 상당 부분 살리고 있다.
나는 애스턴 마틴이 전기차로 가면서도 여전히 고급스러움과 감성,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앞으로 애스턴 마틴이 내놓을 순수 전기차가 어떤 모습일지,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럭셔리 소비자들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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